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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설비 원인 ‘양평열차사고’… 관련자 처벌은 ‘깜깜’

2017년 중앙선 원덕~양평역 간 시험운전열차 충돌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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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관 기자
기사입력 2020/02/21 [11:47]

 

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신호설비 오류 원인 밝혀져
일부 관련자 입장 번복… 설비 제작사는 ‘책임분산’ 시도

 

▲ 지난 2017년 9월 13일 발생한 양평사고 현장의 기관차 충돌 모습        © 매일건설신문

 

“(열차신호설비 오류라는) 원인이 명확한데도 여러 회사(관련자)들을 얽히게 해서 책임의 크기를 분산시키려는 의도인 것 같다.”

 

‘중앙선 원덕~양평역 간 시험운전열차 충돌사고(양평사고)’ 관련자 처벌을 위한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철도 산업계에서 이 같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열차 신호문제가 사고 원인의 99.9%”인데도 정작 재판은 ‘깜깜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7년 9월 13일 발생한 양평사고는 경기도 양평군 경의중앙선 선로에서 평창올림픽 대비 시험운전(종합시험운행) 중이던 열차 기관차가 충돌해 기관사 1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이다. 충돌 열차 파손으로 총 68억여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원덕역~양평역 간 상행선 열차 운행이 7시간가량 중단됐다. 당초 사고 구간은 2018년 2월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 때 각국 선수단과 관람객 등을 태운 열차가 운행할 예정이었다. 수색~서원주 간 기존선 개량 및 고속화사업구간이다.

 

‘양평사고’는 사고 후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열차신호제어장치 오류’가 기관차 충돌 사고의 주원인으로 밝혀졌고, 부수적으로는 시험운행 소통을 위한 무전기 사용의 적절성 등 일부 열차시험 운행 과정에서의 업무 과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양평사고 시험운전에 참여한 한국철도공사(시험운행 관제·총괄)와 한국철도시설공단(신호설비 시공·시험운행 감독), 한국교통안전공단(종합시험운행 시행계획 검토) 및 제작·감리사 관계자 11명은 검찰에 기소돼 현재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건의 관련자들 일부는 당초 수사과정에서 과실 책임을 인정했지만 기소 후 재판 과정에서는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열차신호설비 제작사인 S업체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함께 기소된 시험운행계획·감독 관련자들과의 ‘책임 분산’ 재판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조사위원회의 사고조사 결과에 따르면, 양평사고는 제작사가 열차운행을 검지하는 AF궤도회로(열차신호설비)의 수신모듈에 잘못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일부 항목에 대한 성능검사가 없었던 게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다.

 

S사가 AF궤도회로에 정상 프로그램이 아닌 시험연구용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성능확인 없이 운영 중 오류가 발생해 선로에 선행 열차가 있었는데도 출발신호기에서는 ‘열차 없음’ 신호가 표시됐고, 이에 뒤따라오던 열차 기관사가 열차를 그대로 운행하다 앞서가던 열차를 발견하고 제동했지만 시속 81.4km로 충돌했다는 것이다.

 

S사는 재판에서 이 같은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납품한 AF궤도회로가 구매시방서 및 한국철도표준규격에서 요구한 성능을 충족시켰고,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검수를 거쳐 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철도공사, 철도공단, 교통안전공단, 감리사 등 사고 관련자 모두의 ‘복합적인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취지다.

 

S사는 특히 “사고 후 용산~서원주 전 구간에 설치된 모든 AF궤도회로장치의 송신기와 수신기를 교체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교체 시기는 2017년 9월 13일 사고 직후다. 2017년 9월 28일부터 11월까지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시점이었다.

 

S사는 재발 방지를 교체 이유로 들었지만, 철도산업계에서는 “발주처인 철도시설공단과 제작사 S업체가 자신들의 과실이 드러날 것을 예견하고 미리 다른 현장의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당초 철도경찰(철도특별사법경찰대) 조사 때부터 사고 책임 관련자를 많이 만들어 배상금을 분담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철도경찰이 S업체가 신호설비를 교체한 부분을 제대로 검증했는지도 의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양평사고와 관련해 철도분야의 한 전문가는 “열차 신호 설비에는 ‘페일 세이프(Fail safe)’라는 원칙이 있다”며 “신호설비의 고장 등 이상이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열차를 서행하거나 중지로 동작하도록 표시해야하는 불문율”이라고 지적했다. 있을 수 없는 신호설비 오류로 열차 충돌사고가 발생한 만큼, 시험 운행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이 같을 수는 없고, 모두 유죄가 돼서도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번 양평사고의 1심 재판은 3월초 선고가 내려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별개로 사망한 기관사의 유족은 지난해 5월 한국철도시설공단·한국철도공사·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을 비롯한 사고 관련 기관 및 관련자들에 대해 16억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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