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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잔재’ 독립접지 고수… 낙뢰 피해 연간 5조원

최근 10년간 연평균 14만회 낙뢰… 철도·전력 설비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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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관 기자
기사입력 2020/02/21 [09:03]

 

2005년 국제규격으로 개정됐지만 일본 규격 접지로 피해 키워
“‘공통접지 국제규격’ 규제할 수 있는 법 제정 필요” 지적

 

▲ 2018년 5월 17일 낙뢰로 인한 단전으로 경의중앙선 팔당역 전기 공급이 중단돼 열차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경의중앙선 승강장에 안내 문구가 나오고 있다.      © 매일건설신문

 

낙뢰(벼락)로부터 철도와 항공을 비롯한 사회기반시설 보호를 위해 낙뢰방호(접지) 기술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낙뢰 발생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체계적인 낙뢰보호설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기상청이 발간한 ‘낙뢰연보’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국내에서 연평균 14만4949회의 낙뢰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7년에는 총 31만6679회의 낙뢰 발생이 관측돼 10년간 평균치를 훨씬 웃돌았다. 국내 낙뢰피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금액은 연간 5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낙뢰방호(접지)는 전기회로 또는 전기 장비의 한 부분을 도체를 이용해 땅에 연결하는 것으로, 낙뢰 등 이상전압(surge·서지)으로부터 장비를 보호하고 안정적 운영을 보장하는 작업이다. 번개 등 갑작스런 고전압 신호, 합선, 전기 장비와 신체의 접촉 등으로 생기는 전기 충격 및 화재 등으로부터 기기와 인명을 보호하는 것이다. 낙뢰 발생에 대비해 낙뢰보호설비를 설치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공통접지와 독립접지 방식으로 나뉘고, 보통 광역피뢰침, 정전분산형피뢰침 등의 설비가 사용된다.

 

한 낙뢰방호설비 전문가는 “낙뢰피해가 발생하면 철도의 경우 선로전환기 등 양방향 2.6km, 반경 5.2km는 신호가 모두 다운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각 사회기반시설 운영 기관들은 낙뢰가 예상되면 운영 장비를 끄거나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쉬쉬하거나 보험처리로 대처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낙뢰로 인한 시스템 오류가 났는데도, 정작 낙뢰 피해인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국내 시스템 통합 분야의 한 전문가는 “접지 시공 방법도 중요하지만 접지재료도 국가·국제표준을 준수해야 하고 공인인증기관의 뇌격시험에 합격된 제품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현재 통상적으로 설치 시험만으로 전압시험과 저항측정만으로 충족여부를 평가하고 있는 실정이라 접지의 목적인 낙뢰로부터 장비 보호를 보장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접지 공사는 전압의 기준으로 1종 접지, 2종 접지, 3종 접지, 특3종 접지로 나뉜다. 접지 저항 값(옴·전기 저항의 국제 공인 단위)이 낮을수록 낙뢰로 인한 위험한 전류가 접지를 통해 땅으로 잘 흘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보통 10옴 이하를 기준으로 준공 검사를 시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접지방식의 국내 기준은 지난 2005년 기존 국가산업규격(KSC)에서 국제규격(권고)인 IEC(국제전기기술위원회) 규격에 적합하게 KSC/IEC 규격으로 개정됐다. 기존 KSC 규격의 독립접지 방식에서 개정 KSC/IEC 규격의 공통접지 방식으로 변경된 것이다.

 

문제는 국내 접지 규격이 국제 규격인 공통접지 방식으로 변경됐는데도, 아직도 일본 규격인 JIS(일본공업규격)의 독립접지 방식을 따른다는 것이다. 전세계 국가 중 일본 등 델타(3선) 전력공급계통의 7~8개 국가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국가는 Y결선(4선) 전력공급계통으로 공통접지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낙뢰방호설비 전문가는 “한국은 일본의 델타 전력공급 방식과 다른 Y결선 전력공급 계통인데도 일본의 델타 방식에서나 적합한 독립접지방식을 종전 그대로 사용해 이로 인한 낙뢰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과 한국은 전력 송출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일본의 접지 규격을 따르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편, 국내 낙뢰방호설비 기업이 사고에너지(이상전압)를 최소 1/100,000로 감소시켜 장비 피해를 억제시키는 접지 시스템인 ‘아크 방전봉’을 개발했다. 지금까지는 사고 전류를 대지로 방출시켜서 머무는 시간을 줄이는 방향이었지만 ‘아크 방전봉’은 자체적으로 폭발시켜 접지저항과 관련이 없고 시공비도 절감된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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