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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본 기술로 그리는 국토계획은 문제없나

지적(地籍) 주권 위한 ‘지적재조사사업’ 예산 확대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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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관 기자
기사입력 2019/08/19 [18:26]

▲ 조영관 기자     © 매일건설신문

정부는 지난 2011년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이듬해부터 ‘한국형 스마트지적의 완성’이라는 목표로 지적(地籍) 재조사사업을 벌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 특별법에 근거해 2030년까지 총 4단계로 진행되는 지적재조사사업에서 2015년까지 479억원을 투입해 지적불부합지 23만필지에 대한 정비를 완료했다.

 

정부는 1910년 이후 일제강점기에 토지조사사업 및 임야조사사업을 통해 토지·임야대장과 지적·임야도 작성 및 토지소유자가 확정된 만큼 전국토의 정밀한 측량과 조사를 통해 디지털지적을 구축함으로써 국격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일제잔재 청산과 지적 주권 회복을 위해 전국토의 정확한 재조사 측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2020년까지 일정으로 2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한국과 일본의 이번 경제전쟁에서는 으레 그렇듯 ‘친일이냐, 죽창이냐’의 감정적 수사(修辭)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는데, 기자는 의문이 들었다. 국토 개발을 비롯해 토지 거래와 부동산 정책 수립 등에 활용되는 국가기반 인프라인 ‘지적도(地籍圖)’를 만드는 데에는 어느 나라의 어떤 장비가 사용될까.

 

지적측량·지적재조사 관련 준정부기관인 한국국토정보공사(LX)의 측량장비 현황에 따르면, LX가 보유하고 있는 토탈스테이션(각도와 거리를 함께 측정할 수 있는 측량기) 1206대 중 1052대(87%)가 일본측량기 회사인 소끼아와 탑콘의 제품이었고 나머지는 유럽사인 라이카의 제품이었다. GNSS(위성위치 측정 시스템) 장비도 마찬가지다. 총 846대 중 425대(50%)가 일본의 소끼아와 탑콘 제품이었고, 라이카(스위스), 트림블(미국), 코세코(중국) 등의 순이었다.

 

이와 관련해 LX 측은 “토탈스테이션, GNSS 등 측량장비는 입찰 참가업체 중에서 규격심사를 통과한 업체를 대상으로 최저가입찰제로 계약해 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토탈스테이션은 국산 제조사가 없으며, GNSS의 경우 국산 제조사가 한 군데 있으나 지적측량에 사용할 수 있는 정밀도에 미치지 못해 입찰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적재조사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국토부 관계자는 “측량장비를 국내 시장용으로만 만들기에는 경제성이 없다”면서 “성능과 가격을 고려하면 일본산 제품이 저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2016년 ‘지난 4년간 계획 대비 사업실적이 목표치의 31% 정비로 사업실적이 저조하므로 안정적 재원조달 기반 마련 등 지속가능한 사업추진체계 확립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제2차 지적재조사 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LX 관계자는 “국민들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측량장비가)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일본 제품들을 쓰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조금씩 (기술자립을) 개선해나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치적 수사는 듣기 좋은 이상을 말하지만 정작 실무를 담당하는 언어는 현실을 말하는 법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전쟁 가운데서 쏟아져 나오는 정치적 수사들은 들을 땐 국민들의 기분을 뜨겁게 할지는 몰라도, 막상 그 여운이 끝나면 결국 남는 건 현실 뿐이다.

 

진정한 ‘탈일본’을 위해선 일본 기술과 제품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정치적 수사보다는 현실적인 노력이 우선돼야할 것이다. 국토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는 ‘지적재조사사업’의 속도있는 추진을 위한 예산 확대 또한 그중 하나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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